"오일 버리고 에너지업계 '테슬라'됐다"…한국에 교훈 준 회사

입력 2022-10-20 10:44   수정 2022-10-20 13:48


"저희를 보면 테슬라가 떠오른다고요? 적절한 비유 같습니다. 저희의 혁신 DNA는 종종 구글에 비교되기도 하니까요."

지난달 22일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신재생에너지 기업 오스테드(옛 동에너지) 본사에서 마틴 뉴버트 수석 부회장이 오스테드의 철학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오스테드는 풍력 태양광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 선도 기업이다. 현재 세계 해상풍력 시장 점유율이 약 27%에 달한다.


오스테드가 처음부터 신재생에너지 기업으로 출발한 것은 아니다. 1972년 북해의 유전을 관리하기 위해 세워진 국영기업 동에너지가 오스테드의 모태다. 2006년 6개 에너지 회사를 통합했는데, 당시 합병된 기업 중 하나인 엘크래프트가 1991년 세계 최초의 해상풍력발전단지 빈데비를 건설·운영했던 곳이다. 지금의 사명을 갖추게 된 것은 2012년이다. 당시 가스 가격이 10분의1 토막나자 회사가 파산 위기에 몰렸다. 절체절명의 순간 레고 최고경영자(CEO) 출신 헨리크 폴센이 신임 수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회사를 발전 분야의 혁신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일념으로 전자기 법칙을 발견한 덴마크의 유명 과학자 오스테드의 이름을 회사 사명으로 지었다. 블랙에서 그린으로의 전환도 선언했다. 당시 12개 사업부 중 블랙에너지에 해당하는 8개를 팔아치우고 해상풍력을 중점으로 풍력, 태양광 등의 사업구조를 키웠다. 가장 덩치가 컸던 석유·가스 사업부문은 영국 회사 이네오스에 10억5000만달러에 매각했다.

뉴버트 부회장은 '기존의 사업부와 자산을 털어내고 아예 신사업을 개척한 오스테드의 혁신 정신이 전기자동차 제조사 테슬라와 유사해보인다'는 기자의 지적에 대해 "적절한 비유 같다"고 답했다. 전통 내연기관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생산을 늘리는 것과 달리 테슬라는 처음부터 순수 전기차 제조사로 출발했다는 점에서다. 그는 "오스테드는 종종 구글에 비교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캐시카우였던 사업의 규모를 줄이거나 매각하는 바람에 일정 기간 매출이 꺾이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필립 앵거 지속가능성 담당 부사장은 “지난 15년간 해상풍력의 터빈 크기를 키우거나 내부가 비어 있는 하부 구조물 개발 등을 통해 발전 비용을 혁신적으로 낮춘 결과 회사의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며 “자기자본이익률은 2007년 이후 15년만에 14.8%로 두 배 이상 늘었다”고 강조했다.

뉴버트 부회장은 한국이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국면에 있어 모멘텀을 잃지 않도록 과감한 액션을 취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한국도 천연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국가라는 점에서 신재생에너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특히 3면이 바다인 한국에서는 신재생에너지만으로도 운영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자원 빈국인 한국이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려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오스테드는 지난해 한국지사를 통해 인천에 1.6GW 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세우기로 했다. 완공되면 한국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친환경 전기 생산량을 갖게 된다. 올해 초 발전사업허가를 신청했지만, 암초를 맞닥뜨렸다. 한국의 정권 교체다.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및 신재생에너지 전환 드라이브로 인해 부작용이 잇따르자 지난 5월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다시 원자력을 키우고 대신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속도조절을 강조하면서다.

뉴버트 부회장은 에너지 문제가 정치적 이슈에 휘둘리는 것을 경계했다. 정권 교체 후 신재생에너지 부문 정부 지원이 급감한 스페인,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독일을 신재생에너지 기반이 약해 문제가 된 예로 들기도 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기술 개발은 국가의 안보와 자립을 위해서는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패권기술”이라고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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